약 2조5천억원 부채 못 이겨…토머스쿡 CEO "고객·사원 등에 사과"
英, 토머스쿡 상품 이용 해외 체류 자국민 송환…역대 최대 항공기 94대 투입
178년 역사 토머스쿡 파산…英, 해외체류 여행객 긴급수송
178년의 역사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인 토머스 쿡이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영국 정부가 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 중인 자국민의 대규모 송환계획을 실행하고 나섰지만, 적지 않은 혼란과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과 영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파산 발표에 토머스 쿡 CEO "고객·협력업체·직원에 사과"
막대한 채무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토머스 쿡은 23일 파산 선언을 했다.

토머스 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지막 회생 논의가 결론 없이 막을 내림에 따라 파산을 선언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와 새로운 신용 공여 예정자 간의 합의가 불발됐다"며 "이사회는 즉각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피터 프랑크 하우저 토머스 쿡 최고경영자는 "수백만 명의 고객과 수천 명의 직원, 오랫동안 우리를 지원해준 협력·공급업체들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우저 최고경영자는 그러면서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나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78년 역사 토머스쿡 파산…英, 해외체류 여행객 긴급수송
토머스쿡의 대주주인 중국 포선 인터내셔널 그룹은 성명을 통해 "토머스 쿡 그룹 경영진이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지 못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토머스 쿡 파산이 확정된 직후인 23일 취재진에게 정부가 이 회사를 구제하지 않은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토머스 쿡에 대한 긴급구제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여행사들이 미래에 이런 파산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체류 중인 자국 여행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국 정부, 해외 체류 자국민 송환 프로그램 가동
파산 선언을 한 토머스 쿡은 영국 내 600여개 지점 이외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 등 16개국에 영업지점을 둔 글로벌 여행업체다.

또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에서 모두 4개 항공사를 운영해왔으며,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7개 호텔 체인도 보유해왔다.

파산 선언으로 이들 사업부와 자회사의 모든 영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일내 항공 자회사인 콘도르는 단기 융자를 신청하고 계속 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토머스 쿡의 상품을 예약했거나 이 회사 상품을 이용 중인 여행객은 6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영국인은 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토머스 쿡의 파산 선언으로 항공기 등 운항이 중단되자 영국 정부와 민간항공국 등이 긴급 여행자 운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마터혼 작전'으로 명명된 해외 체류 여행자 이송에는 평시 영국의 자국민 이송 작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94대의 대형 수송기가 투입된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22일 정부가 승객들을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여행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78년 역사 토머스쿡 파산…英, 해외체류 여행객 긴급수송
정부의 발표에도 해외 체류 여행객들은 이전부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불만도 줄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여행사들은 여행상품 고객이 출발한 뒤 90일까지는 호텔 등 숙박시설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여행객들은 최악의 경우 투숙했던 호텔에서 쫓겨나거나 숙박시설이 추가로 요금을 청구하지 않을까 걱정해왔다.

실제로 튀니지에서는 토머스 쿡 상품 이용자들이 호텔 측에 의해 감금당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호텔 측이 여행사로부터 숙박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토머스 쿡 여행상품 이용자들에게 추가로 숙박료를 요구했고, 손님들이 추가 비용 지급을 거부하자 경비원들이 손님들을 제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원만하게 분쟁이 해소됐으며 휴가객들이 호텔에서 풀려났다고 설명했다.

◇ 1841년 최초로 설립…지난달 중국그룹이 최대 주주로
토머스 쿡 그룹은 빅토리아 여왕 재위 당시인 1841년 토머스 쿡(1808∼1892)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토머스 쿡은 영국 중부의 레스터에서 이웃 도시인 러프버러까지 19㎞ 구간에서 기차로 500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1855년에 세계 최초로 유럽대륙 여행 패키지를 선보였고, 여행과 숙박, 식음료를 포함한 패키지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외화환전 서비스, 여행자수표 발행 등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단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여행업을 선도했다.

토머스 쿡이 16개국에서 운영하는 호텔, 리조트, 항공사, 유람선 이용객만 연간 1천900만명에 달한다.

현재 토머스 쿡의 여행상품을 이용 중이거나 계약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60만명, 영국 여행객도 15만명에 달한다.
178년 역사 토머스쿡 파산…英, 해외체류 여행객 긴급수송
하지만 최근 패키지 상품에서 개별적인 자유여행으로 여행 트랜드가 급격히 변화하는 추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토머스 쿡은 파산 직전까지 17억 파운드(2조5천311억원)라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렸다.

이런 가운데 중국 포선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4억5천만 파운드(7천148억원)를 투자해 토머스 쿡의 여행 부문 지분 75%와 항공 부문 주식 25%를 취득한 바 있다.

포선 인터내셔널 그룹 등 채권단은 토머스 쿡과 9억 파운드(1조3천407억)의 구제금융에 합의했지만, 2억 파운드를 추가로 토머스 쿡에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토머스 쿡이 영국 정부에 2억 파운드(2천97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는 부정적이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체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토머스 쿡 경영진은 지난 2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시간 가까이 최대 주주인 중국 포선 인터내셔널 그룹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대책 회의를 했지만,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