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시위로 철회 두 달 만에
IPO 규모는 절반으로 축소
홍콩 투자심리 회복 시험대
버드와이저, 호가든, 오비맥주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인베브가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 ‘버드와이저 브루잉 APAC’의 홍콩 증시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 7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지 두 달 만이다.

19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AB인베브는 오는 23일까지 국제 공모를 한 뒤 30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가는 1주당 27~30홍콩달러(약 4586원)로 모두 12억6200만 주를 새로 발행한다.

주당 가격은 지난 7월의 40~47홍콩달러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규모도 764억4700만홍콩달러(약 11조7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378억6900만홍콩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번 IPO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핵심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GIC는 10억달러를 투자해 평균 공모가를 기준으로 신주의 21.7%를 인수할 예정이다.

AB인베브가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AB인베브는 2016년 당시 세계 2위 맥주업체인 사브밀러를 680억파운드(약 120조원)에 인수한 영향으로 부채가 1028억4000만달러(약 122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상환을 위해 호주 사업부문을 일본 아사히그룹에 113억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홍콩 증시 상장이 좌절된 이후 오비맥주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업계에선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팔아 부채를 상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회장은 추가로 자산을 매각할 필요성이 없다며 오비맥주 매각설을 일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B인베브의 홍콩 증시 상장 재도전이 홍콩 시위로 불안해진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초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지난달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단 한 곳에 그쳤다.

시장에선 올해 홍콩 증시 최대 IPO가 될 AB인베브를 시작으로 홍콩 IPO 시장의 투자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재 상하이 바이오기술 기업 푸훙한린과 체코 소비자금융회사 홈크레딧BV, 중국 스포츠 의류회사 톱스포츠, 중국 구이저우은행, 중국 분유 제조업체 페이허 등이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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