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질된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북한,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북한과 이란은 자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는 협상만 원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볼턴은 지난해 4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입성하기 전까지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보수성향 싱크탱크 ‘게이트스톤연구소’ 초청으로 이뤄진 비공개 강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해임된 이후 8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폴리티코는 참석자를 인용해 볼턴이 이름도 거론하지 않은채 트럼프 대통령을 수차례 헐뜯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볼턴 해임과 관련해 “그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건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그(김정은)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그렇게 어떤 것을 말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했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 방식으로 볼턴이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언급했고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볼턴은 이날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반군세력인 탈레반 대표단을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 초청해 평화협상을 하려고 한데 대해서도 탈레반에 ‘끔찍한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또 탈레반이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한 점을 거론하며 탈레반 대표단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한 것은 9·11테러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탈레반 대표단의 캠프 데이비드 협상은 아프간에서 벌어진 탈레반의 잇따른 테러로 미군의 희생이 속출하면서 막판에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볼턴측이 언론에 캠프 데이비드 협상건을 흘린 것으로 보고 격노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프간 사태 해법을 둘러싼 갈등은 볼턴 경질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볼턴은 최근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해선 ‘전쟁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했을 때 미국이 보복했다면 이란이 사우디 정유시설에 손상을 입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제시한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준비했다가 막판에 철회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