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에 휘말린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정부에 찍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유 금융회사 중신증권은 자회사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에 홍콩 중심가에 있는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모회사인 영국 스와이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세이퍼시픽은 소속 직원 2000여 명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사유로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끝에 존 슬로사 회장과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불똥이 모회사로까지 튄 셈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프랑스 BNP파리바은행도 중국 본토에서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캘빈클라인은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직원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BNP파리바는 한 직원이 페이스북에 지난주 홍콩 IFC몰에서 중국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는 친중(親中) 시위대를 ‘원숭이’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가 사과했다.

이 밖에 미국 나이키와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일본 오츠카제약,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이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았다.

영국계 은행 HSBC도 중국 정부의 집중 타깃이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새로운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 대출우대금리(LPR)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18개 은행의 평균 금리를 취합해 LPR을 정하는데 HSBC는 여기서 빠졌다. 업계에선 인민은행의 결정이 사실상 보복 조치라고 보고 있다.

HSBC가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해 캐나다에서 체포됐을 때 HSBC가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