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의장 "의회 없이 브렉시트 없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사진)은 이달부터 세계 미디어로부터 ‘미스터 오더(Mr. order)’로 불린다. 유럽연합(EU)과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로 인해 영국 하원에서 소란이 벌어질 때마다 ‘오더(질서)’를 큰소리로 외쳐 붙은 별명이다. 그는 지난 4일 존슨 총리가 끊임없이 발언하려 하자 “당신이 총리든 아니든 의회에선 규칙을 따르라”고 호통쳐 일약 ‘의회 민주주의 수호자’로 떠올랐다.

버커우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에서 좌담회가 끝난 뒤 기자가 브렉시트에 대해 묻자 “의회 없이 브렉시트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절차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1773년 미국인들이 영국 배에 실린 차를 바다에 버리며 한 “대표 없이 세금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버커우 의장은 단호했다. “세상의 어떤 권력도 의회를 무시하고 브렉시트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브렉시트 방안으로 △딜을 만드는 것 △노딜을 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는 것 △처음부터 다시 토론하는 것 등 세 가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버커우 의장은 “세 가지 중 어떤 방안이 낫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며 “강조하려는 건 의회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영국 하원의장은 물러나면 귀족(남작) 작위를 받는 게 관례다. 하지만 버커우 의장은 230년 만에 처음으로 귀족 작위를 받지 못하는 영국 하원의장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집권당인 보수당에 밉보였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그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쪽으로 의사 진행을 했다며 귀족 지위를 수여하는 전통을 없애려 하고 있다.

버커우 의장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발표한 대로 10월 말 의장직을 내려놓고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