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증권거래소가 홍콩증권거래소의 366억달러(약 43조7000억원)짜리 인수합병(M&A)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홍콩거래소가 중국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심에서다.

런던거래소는 지난 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홍콩거래소의 인수 제안은 실현 가능성과 가치 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우리 이사회는 홍콩거래소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찰스 리 홍콩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런던거래소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런던거래소는 “홍콩거래소의 특이한 이사회 구조와 홍콩 정부와의 관계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인수 제안이 확정적이라는 홍콩거래소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거래소 이사회는 13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과반인 7명을 홍콩 정부가 지명한다. 13명의 이사 중에서 선출되는 거래소 이사장도 홍콩 행정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홍콩거래소도 중국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영국 현지 언론 분석이다. 런던거래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사회 구조와 홍콩 정부와의 관계만 지적했을 뿐 중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M&A 계획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공익적인 문제로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간섭 문제를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런던거래소는 홍콩거래소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관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장기화되는 등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런던거래소는 “우리는 중국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창구로 홍콩보다 상하이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상하이증권거래소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