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험로 예상

경제전쟁 주도한 인물 전진배치
'망언' 쏟아낸 고노 다로, 방위상
저돌적인 모테기, 외무상 맡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아래줄 왼쪽 세 번째)가 11일 개각을 마친 뒤 도쿄 총리관저에서 새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아래줄 왼쪽 세 번째)가 11일 개각을 마친 뒤 도쿄 총리관저에서 새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19개 장관급 자리 중 17개를 교체했다. 2012년 말 2차 집권 이후 최대 규모 개각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한·일 경제전쟁의 주역들을 그대로 중용하고, 극우성향 측근을 대거 발탁했다. 향후 일본 정부의 한국 관련 정책이 강경 기류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측근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가신(家臣) 내각’ ‘최측근 내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에서 기존 대한(對韓) 강경파를 그대로 중용했다. 한국에 날 선 비판 발언을 쏟아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유임됐다. 주일한국대사에게 “무례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잇따른 망언성 발언을 내뱉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중용됐다. 저돌적인 업무추진 스타일로 아베 총리의 신임을 얻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이 외무상을 이어받게 돼 향후 한·일 관계 개선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극우파 인사도 대거 요직에 등용됐다. 아베 총리 최측근으로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전달해온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문부과학상에 임명됐다. 하기우다 문부상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 유출설’을 흘려 양국 갈등을 고조시키기도 한 인물이다. 2014~2017년에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도 이번에 총무상으로 재임명됐다.

이번 개각에 13명의 초선의원이 등용된 것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가 레임덕 방지 및 총리 4연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정치적 입지가 넓지 않고 지명도가 낮은 초선의원들을 각료로 삼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국과의 경제전쟁 선봉 역할인 경제산업상에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중의원 의원을 내세웠다.

집권 자민당 주요 간부 인선도 ‘강경파’들로 채워졌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니카이 간사장은 줄곧 아베 총리의 4연임을 주장해 장기 집권 포석을 깔아둔 인사로 평가된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요직인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9선 중진으로 당내 신망이 높은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올림픽 담당상은 총무회장에 올랐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자 ‘포스트 아베’ 대표주자로 꼽히는 38세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 의원이 환경상에 발탁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주목받는 고이즈미 환경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남성 각료 기록을 세웠다. 고이즈미 환경상도 지난달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존 ‘친구 내각’보다 자신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최측근 인사들로 내각을 꾸렸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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