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사진)이 10일 공식 은퇴했다. 1999년 9월 1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직원 17명과 함께 50만위안(약 8400만원)의 자본금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 만이다. 이날은 그의 55세 생일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이날 항저우 본사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열고 마 전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장융 최고경영자(CEO)가 승계했다고 발표했다. 마 전 회장은 10개월간 알리바바 이사회 멤버 자리만 유지하며 내년 7월엔 이사회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마 전 회장은 맨손으로 4600억달러(약 548조원)짜리 세계적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개인 재산도 최소 35조원으로 중국 최고 부자다. 1964년 항저우에서 태어난 그는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영어 강사를 하다 1995년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인터넷을 접한 뒤 돌아오자마자 중국 기업을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해주는 ‘차이나 옐로페이지’를 창업했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이었다.

1999년엔 알리바바를 세웠다. 중국 소상공인이 세계에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해 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목표였다. 쉽지 않았다. 미국 이베이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도 사실상 석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전 회장은 공격적으로 나갔다. 입점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는 밀어붙였다.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일지 몰라도 나는 장강의 악어다. 바다가 아니라 강에서 붙으면 이긴다”는 말로 직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결국 이베이를 물리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키웠다. 알리바바는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3768억4400만위안(약 63조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외에도 신유통, 금융,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가 은퇴를 예고한 것은 정확히 1년 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중국 공산당의 미움을 샀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막대한 부(富)를 쌓았으면서도 소상공인 처우 개선 등 중국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알리바바가 중국 공산당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2015년 인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마 전 회장은 앞으로 교육사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마윈공익기금회를 통해 농촌지역 학생을 지원하고 창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후판대를 통해 중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경영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마 전 회장이 알리바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알리바바 주식 6.4%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으론 최대 주주다. 알리바바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특수목적법인(VIE)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기업가정신은 멈추지 않는다. 회장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완전한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이날 2036년까지 20억 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