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관용" 리카싱 주장도 일축…"위법행위, 법대로 처리"
조슈아 웡, 美 의회 방문해 '홍콩 인권법안' 처리 촉구 예정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美 '홍콩 인권법안' 추진은 내정간섭"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홍콩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추진에 깊은 유감을 나타내면서 "외국 의회의 어떠한 형태의 간섭도 극히 부적절하다"며, "홍콩인들은 미국 의회에 이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의원들에 의해 지난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8일 도심 시위에서 시위대는 수백 개의 성조기를 흔들면서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캐리 람 장관은 "홍콩에 있는 1천400여 개 미국 기업은 홍콩과 미국의 우호 관계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홍콩에 관한 미국의 법규는 홍콩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슈아 웡은 17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 청문회에는 조슈아 웡과 함께 반중국 성향 가수 데니스 호, 홍콩대 학생회장 써니 호 등이 참석해 송환법 반대 시위 상황과 경찰의 강경 진압,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개입 위협 등에 대해 증언한다.

한편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이 시위대에 관용을 베풀 것을 정부에 호소한 데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모든 범죄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일축했다.

리카싱은 지난 8일 홍콩의 사찰 법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젊은이들은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기를 바라며, 정부도 미래의 주인공에 대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캐리 람 장관은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법치주의는 홍콩의 핵심 가치이며 정부는 어떠한 위법행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일 일부 시위대가 센트럴 역 입구에 불을 지르고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역 등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그는 "급진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러한 행동을 본 사람은 이를 폭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갈등과 대립, 분열을 부추길 뿐이며, 우리가 질서를 회복하고 분열을 극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패니 로 전 교육부 장관이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성년 여학생들이 시위대에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해서는 "정부 관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무엇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데 있어 극도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