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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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조업 체감경기가 8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속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동일본 대지진 직후 수준으로 길거리 경기가 위축됐다는 설명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9일 발표한 경기관측조사에서 제조업업황실사지수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8월 제조업 업황판단지수(DI)가 전월대비 2.5포인트 떨어진 38.8을 기록한 것입니다. 2개월 연속으로 이 지수가 떨어져 8년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2~3개월 후의 경기를 전망하는 장래판단DI도 전월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39.7로 가장 최근 소비세율을 인상하기 직전인 2014년 3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이처럼 길거리 경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중국경제 둔화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일본 산업을 이끌었던 반도체 관련 산업들의 업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합니다.

같은 날 발표된 올 2분기(4~6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증가율도 전분기 대비 0.3%(연율환산 1.3%)로 수정되며 우려를 키웠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0.4%·연율 환산 1.8%)보다 전분기 대비로는 0.1%포인트, 연율환산으로는 0.5%포인트 낮아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경기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안 좋아 지고 있고, 향후 경기를 바라보는 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는 모습이 뚜렷해진 것입니다.
 악화되는 일본 체감경기/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

악화되는 일본 체감경기/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

특히 일본에선 내달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 일본 내각부는 그동안 꾸준히 반복했던 “(경기가)약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경기판단도 지난달에 대해선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경기 동향이 심상찮고, 향후 미칠 소비세율 인상의 충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내달부터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하면 소비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장 5년 전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세율이 인상되기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현상이 올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분석한 물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5월 차량과 가전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10%가량 늘었습니다. 2014년 소비세율 인상 직전 가전제품 판매 등이 한때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급증했던 것에 비하면 약하지만 소비세율이 인상되기 전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요 백화점과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고액품 판매가 활발하다”거나 “8월 하순 부터 가을·겨울옷을 요구하는 손님이 나타났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앞서 발표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소비자의 심리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37.1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는 14개월 연속 하락하며 불안을 키웠던 것입니다. 이 지수 역시 가장 최근 소비세율을 인상했던 2014년 4월 이후 5년4개월만의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여기에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 의존비중이 높은 지방지역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일본 경제에는 부담입니다.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일본의 현재 경제상황은 최근 5~6년간 보였던 모습과는 크게 다른 상황입니다.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직 판단하기는 일러 보입니다만 각종 ‘경고’의 신호를 무시하기엔 각종 수치변화가 적잖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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