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땐 '이동의 자유' 즉각 폐지'서 한 발 후퇴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합의 없는 결별 즉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가 되더라도 내년 말까지 자국에 들어오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에 대해 복잡한 비자 발급이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최대 3년간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BBC는 5일(현지 시간) 노딜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 정부가 현재 EU 회원국 국민에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를 대체하는 임시 체류자격 제도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英 "노딜 후 내년말까지 입국하는 EU 국민, 3년간 체류 가능"
'유러피언 템퍼러리 리브 투 리메인'(European Temporary Leave To Remain)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도는 영국 정부의 노딜 브렉시트 대책 중 하나다.

이 제도는 노딜 브렉시트 이후 오는 2021년 1월 영국이 새로운 이민제도를 실시하기 이전에 영국에 장기 체류하려는 EU 회원국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더라도 오는 2020년 12월까지 사업이나 유학 등을 목적으로 영국에 들어와 3개월 이상 머물려 하는 EU 회원국 국민은 최대 2023년 12월까지 체류가 허용된다.

다만 3개월 미만 단기 체류하는 EU 회원국 국민은 '노 딜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또 영국이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 따라 질서 있게 EU를 탈퇴하게 되면 합의문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에 체류 자격이 부여된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내각은 유럽과 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오는 10월 31일인 브렉시트 시한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작년 11월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재협상을 하자고 EU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존슨 내각은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곧바로 '이동의 자유'가 폐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이 아직 준비돼 있지 않아서 브렉시트 개시일부터 곧바로 이동의 자유를 폐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노딜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법적인 근거가 없어질 때까지 EU법이 영국에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EU 회원국 국민의 이동 자유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새로운 체류자격 제도는 EU 회원국 국민뿐만 아니라 유럽경제지대(EEA)에 속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3국과 스위스 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체류자격 제도에 따라 영국에 장기체류하기를 원하는 EU 회원국 국민이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절차는 "간단하고 무료"라고 밝혔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새로운 체류 자격제도를 발표하면서 "검사를 강화하고, 현재 있는 자유로운 이동을 종료하면 국경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영국)는 장래엔 어디 출신이냐가 아니라 기술과 재능에 근거한 새로운 이민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하원이 지난 4일 브렉시트를 3개월 추가 연장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는 10월 31일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英 "노딜 후 내년말까지 입국하는 EU 국민, 3년간 체류 가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