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수 주도한 '구글의 어머니'
박막례 할머니 만나려 깜짝 訪韓도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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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다. 사용자가 19억 명에 이른다.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새 영상이 올라온다. 영상 조회 수는 하루 평균 1억 회다. 사용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10억 시간에 달한다.

유튜브의 성공에는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2014년 취임한 보이치키 CEO는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의 원년 멤버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의 팽창과 함께 보이치키 CEO에겐 새로운 과제가 안겨졌다.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불법·허위 콘텐츠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각국 규제당국은 이미 유튜브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가 특유의 개방성을 지키면서 규제당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구글의 어머니’… 16번째 멤버

보이치키 CEO는 폴란드계 미국인 물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러시아 유대인 교육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고,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인텔에 입사한 그는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스탠퍼드대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 이때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스탠퍼드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을 위해 쓰지 않는 창고를 구하고 있었다. 보이치키 CEO가 그들에게 집에 있는 창고를 임대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이 탄생한 곳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구글의 어머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유다.

보이치키 CEO는 이 인연을 계기로 구글의 16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구글 마케팅광고 부문을 맡게 됐다. 구글의 광고 서비스 ‘애드센스’가 그의 작품이다. 보이치키 CEO는 2003년 광고를 웹사이트·블로그와 연계한 애드센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100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애드센스를 사용하면서 구글의 핵심 수입원이 됐다.

“유튜브 인수” 설득… 깜짝 방한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 "누구나 영상 콘텐츠 만드는 세상 온다"

구글 마케팅 임원으로 승승장구하던 보이치키 CEO는 비디오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디오 서비스를 담당하던 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유튜브를 발견했다. 유튜브는 2005년 실리콘밸리의 한 창고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이었다. 구글은 2006년 10월 이 회사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보이치키 CEO가 유튜브를 사야 한다고 다른 경영진을 강력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초창기엔 비판이 많았다. 설립한 지 1년 된 신생 기업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튜브의 수익 모델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유튜브 인수에 대한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유튜브가 모바일 시장에 딱 들어맞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광고 수익이 크게 늘었다. IT업계에선 구글의 가장 성공적인 인수로 유튜브를 꼽을 정도다.

보이치키 CEO는 2014년부터 유튜브 경영을 맡게 됐다. 그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 유료 채널 출시,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들을 쏟아냈다. 취임 이듬해엔 2015년 유튜브는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보이치키 CEO는 “일반인도 전문 스튜디오 없이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세상이 오고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사람이 유튜브에 자신의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만큼 유튜브가 세계 최대 빅데이터 회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4월 깜짝 방한했다. 오직 70대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보이치키 CEO는 박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내 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논란에 정면 돌파

유튜브는 불법, 음란 동영상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보이치키 CEO는 이런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 한다. 유튜브 키즈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튜브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아이들 대상 콘텐츠를 유튜브 키즈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비디오가 유튜브에서 광고가 붙는 주 수입원임을 고려하면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이치키 CEO는 유튜브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유튜브 본질은 개방형 플랫폼”이라며 “다소 공격적이거나 논란이 많은 콘텐츠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범위의 관점은 궁극적으로 사회를 더 강하고 풍부하게 한다”며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뿐 아니라 책임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했다.

보이치키 CEO는 여성 친화적 기업 환경을 강조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본인이 자녀 5명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그는 2014년 유튜브 CEO로 취임한 첫해에 다섯째 아이를 낳기 위해 출산 휴가를 썼다. 1999년 구글에 합류할 당시에도 임신 중이었다.

보이치키 CEO는 실리콘밸리의 마초적인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 직원을 늘려야 성차별로 인한 소모적 논쟁이 사라지고 직원들이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치키 CEO는 “나는 육아 휴직을 통해 미국에서만 2조달러가 넘는 구매력을 보유한 엄마들의 세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육아휴직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유튜브의 여성 직원 비율은 2014년 24%에서 현재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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