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4일 블룸버그통신에 보도된 기고문을 통해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으며, 문제의 핵심은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할 때 했던 약속의 준수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책임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재차 강변했다.

고노 외무상의 기고문은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이 역사문제에 무역규제 조치를 끌어들인 일본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모아 장황하게 서술한 것으로서, 일본이 국제사회를 향해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그는 14년간의 협상 끝에 체결한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한일 양국 및 양국 국민 간의 청구에 관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을 답습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노 외무상은 또 협정의 결과로 지급된 '5억 달러' 지원금에 징용 한국인의 임금과 전쟁피해 배상 등이 포함됐으며,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분배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청구권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에도 한국 정부는 이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그는 한국이 협정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이 "양국이 지금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의 이런 주장은 일제 징용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인권침해 행위였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 기조를 간과한 채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한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청구권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외교적 보호권(국가가 외국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권리)이지 개인청구권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법적 식민지 지배에 따른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고노 외무상은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 조치를 발동한 것은 '오로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징용 배상판결과 무관하다는 억지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강화'를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거나 '대항 조치'라고 엮는 것은 두 개의 다른 사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흐리게 할 뿐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은 끝으로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은 동북아 안보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