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관세 난타전’이 다시 벌어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양측은 이달 워싱턴DC에서 열기로 한 고위급 무역협상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협상 일정도 못 잡는 美·中…"무역전쟁, 내년 11월 美 대선까지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며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대화가 진전되는 것처럼 보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중은 불신 때문에 다시 만나는 기본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협상 범위 설정’을, 중국은 ‘새로운 관세 연기’를 상대방에 요구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리들은 관세 같은 강압적 전술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트위터를 통한 깜짝 발표로 방침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회의 날짜를 정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양측의 대화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1일 예고한 대로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 일부에 관세 15% 부과를 강행했다. 이어 오는 12월 15일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 나머지에 15%를 적용하고 현재 25%인 2500억달러어치의 관세를 10월 1일부터 30%로 올릴 예정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일부에 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2월 15일부터는 750억달러어치 중 나머지에 5%를 부과하고, 이와 별도로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2일 3000억달러어치 관세 부과를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일본)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WTO에 이의제기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미국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WTO에 제소해도 결과가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과 재계 등에서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에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이익단체인 미·중비즈니스카운슬의 애너 애시턴 선임국장은 미 CNBC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해 중국과 반드시 협상을 타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무역전쟁이 일단 미국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중국에 강하게 나가는 걸로 (표를 얻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앙당교 간부 교육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맞이한 각종 투쟁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막스 바커스 전 주중 미국대사는 CNBC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매우 인내심이 강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양보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도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이 상쇄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내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면 협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중국을 위협했다. 이어 “그때까지 기다리는 사이 중국의 공급망은 붕괴하고 일자리와 돈도 다 사라질 것”이라며 빠른 협상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