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31일 예고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집회를 허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집회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이 당국에 이번 주말 집회 허가를 신청했지만 홍콩 경찰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불허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3시 도심에 있는 차터가든에서 집회를 연 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주말 집회에서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는 등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며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했다.

홍콩 경찰이 송환법 반대 집회 자체를 허가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8일 시위에서도 경찰은 도심 가두 행진은 불허했지만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집회는 허용했다. SCMP는 “31일 시위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경찰의 집회 금지는 더 큰 혼란과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31일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는 79일 동안 이어진 홍콩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군당국이 이날 새벽부터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군당국은 이번 교체가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매년 이뤄지는 순환 배치라며 이번이 22번째 홍콩 주둔군 교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력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순환 배치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 홍콩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순환 배치는 1998년부터 매년 11월 하순에 이뤄졌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육·해·공군 혼합 부대 60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은 1997년 7월 1일부터 인민해방군을 홍콩에 주둔시켰다. 한편 중국은 오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경절 행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하기로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