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정 교수 "정전협정 체제 입장차로 한일 불신 증폭"
"한일, '1965년 체제'에 대한 해석 일치시켜야"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해 양국 간에 위기가 고조하는 배경에는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28일 일본 중의원 제1 의원회관에서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회장 정양근)와 동아시아총합연구소(이사장 강영지<재일동포>)가 공동 개최한 '동아시아 국제심포지엄'에서 "2018년은 냉전과 정전이라는 '두 개의 전후' 체제가 해체되기 시작한 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이면에서 한일관계가 2018년 위기를 맞이했다"고 전제했다.

남 교수는 "한국은 위기를 고조시켜온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하려 했고, 일본은 이 체제를 전제로 성립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며 "이것이 한일 사이에 지정학적 전선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 이후 지속되는 정전과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냉전을 보는 역사적 인식이 어긋나면서 한일 양국 간에 불신이 증폭됐다며 이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위기가 고조되는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日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일방주의 외교 전형"

남 교수는 "일본이 한국의 외교 노력과 미국의 중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출 절차 우대국(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을 뿐, 일방주의 외교의 전형"이라며 한일 관계가 냉각돼도 상관없고,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대북 화해에 나설 경우 견제해야 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또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 된 한일관계의 원인은 다름 아닌 1965년 체제 그 자체"라며 이를 둘러싼 양국의 해석을 일치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5년 체제는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맺어 국교를 정상화한 것을 말한다.

이 조약의 해석에서 한국 정부는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반면에 일본은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었다는 해석에 입각해 있다.

남 교수는 "한·일은 오랜 교섭 끝에 '합의할 수 없음에 합의'하는 형태로 이 문제를 접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판결이 나오면서 더는 봉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치료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아베 정권 아래에서 양국의 해석을 일치시키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1965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해 온 역사에 주목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河野) 담화에서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하는 여러 논거를 남겼다며 이제 남은 것은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문서화해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더 나아가 이를 징검다리로 삼아 북한과 일본이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기본 인식으로 공유해 남북일 공동선언으로 엮어낸다면 한반도·일본의 과거사를 총괄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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