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따른 가뭄 장기화로 숲 말라…비 내려도 당장 완전진화 어려워
브라질 정부 산불 진화작업 재원 부족…국제사회 공조 절실


남미대륙의 북부와 중부 지역에 걸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이유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프랑스령 기아나까지 합치면 9개국)에 걸쳐 있다.

전체 넓이는 750만㎢에 달하며, 지구 생물 종의 3분의 1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현지시간)께부터지만, 브라질 정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등의 자료를 기준으로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은 9천500㎢ 규모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이후 현재까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은 8만600여 건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났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부패·범죄 얽혀 사라지는 아마존 숲
이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벌어진 대형 산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근본 원인을 놓고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27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환경 전문가들은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부패와 폭력, 이를 기반으로 한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벌목과 방화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적인 범죄행위가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이뤄지는 농경지·목초지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과 목재 반출에는 어김없이 범죄조직과 정치인·경찰 간의 '어두운 거래'가 개입된다고 지적한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부패·범죄 얽혀 사라지는 아마존 숲
아마존 열대우림을 사실상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간주한 외지인들이 서류를 허위로 꾸며 토지를 강탈하는가 하면 다이아몬드·금 등을 캐려는 불법 광산업자들이 숲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고 NGO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과 경찰, 단속 공무원들에게 막대한 뇌물이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 훼손 행위에 대한 단속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지난해 8월에 설치한 '아마존 열대우림 태스크포스(TF)'가 1년간 벌인 조사에서만 축구 경기장 4천453개 넓이인 3천180㏊의 숲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TF에 참여한 조에우 보구 연방검사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에 대형 범죄조직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열대우림 파괴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부패·범죄 얽혀 사라지는 아마존 숲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에 이처럼 범죄 행위가 연루되면서 환경운동가들은 수난을 겪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2년 이래 브라질에서 활동하다가 살해된 환경운동가는 최소한 653명에 달한다.

환경운동가들에게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살해 위협에 노출된 환경 운동가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브라질 정부에 촉구했다.

이사회는 브라질 정부에 환경과 인권에 관한 국제협정 비준도 촉구했다.

이 협정은 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에 대한 보호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출범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광산 개발을 확대하고 원주민 보호구역을 축소하는가 하면 환경보호 기관의 역할을 약화하고 있어 당분간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주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주민 보호구역이 너무 많다"며 환경 운동가들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발언을 했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부패·범죄 얽혀 사라지는 아마존 숲
기후변화에 따른 아마존 지역의 기온 상승과 가뭄이 이번 산불 사태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현재 겨울철을 지나고 있어 건기인 데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산불이 더욱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10일께나 돼야 비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 비가 내리더라도 산불 진화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군병력 4만4천여 명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나섰고, 국방부 장관은 "상황은 점차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정확한 피해 실태와 진화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정부가 아마존 산불 사태의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국내외의 비난이 고조되자 군병력 투입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들어가는 '지구의 허파'…부패·범죄 얽혀 사라지는 아마존 숲
브라질 정부가 지난 수년간 재정위기를 겪어온 탓에 산불 진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장관이 산불 진화 작업에 필요한 재원 부족을 인정한 가운데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주지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산불과 관련한 논의를 주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G7의 지원을 거부한 상태다.

앞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G7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2천만 달러(242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