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 월30편에 전세계 한류축제 케이콘도…한국어학습 세계 '톱'
불법체류 단속에 방한 태국인 감소도…전자 여행 허가제 도입 전망

[※ 편집자 주 =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초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2012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이후 약 7년 만에 태국을 공식 방문합니다.

아시아 최초 한국전쟁 참전국이라는 '혈맹'의 인연은 동남아 한류 중심지이자 17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매년 찾는 '절친'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태국인의 한국 불법체류 문제와 태국을 찾는 한국인의 범죄 연루, 아직은 미흡한 경제협력 규모 등 그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 태국 방문을 계기로 수교 61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봅니다.

]

장면 #1. 지난 3월 이욱헌 주태국 한국대사가 부임 인사차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예방했다.

이 대사 일행이 예방을 마치고 총리실을 나설 때 쁘라윳 총리가 아는 한국 노래가 있다며 "아리랑, 아리랑~" 우리 민요 아리랑의 첫 소절 일부를 불렀다.

대사관 관계자는 "태국 총리가 '아리랑'을 부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환갑맞은 한·태]① K팝·드라마 '한류' 여전…불법체류·범죄↑
올해 수교 61주년,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은 한국과 태국의 깊은 유대감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태국은 한국전쟁 당시 전 세계 두 번째, 아시아 최초의 참전국이다.

왕비근위부대인 21연대가 참전했는데, 쁘라윳 총리는 연대장을 지내면서 아리랑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은 참전 태국군과 한국 여인 간 순애보 영화로 50년대 태국에서 제작됐고 이후 드라마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태국서 16년간 거주한 한 교민은 "아리랑은 한국과 태국을 이어준 한류의 원조"라고 말했다.

◇ 공항 보안 강화 끌어낸 한류…한국어 배움 열기도 '톱'
'원조' 아리랑의 뒤를 이어 2001년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태국 안방을 파고든 한국 드라마와 흥이 많은 태국민을 매료시킨 K팝은 20년 가까이 태국 내 한류를 이끌어 왔다.

지난해에는 CJ ENM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여는 한류 축제 케이콘(KCON)을 동남아에서는 처음으로 태국에서 개최해 '동남아 한류 중심지=태국'임을 보여줬다.

'케이콘 방콕'은 올해도 그 열기를 이어간다.

[환갑맞은 한·태]① K팝·드라마 '한류' 여전…불법체류·범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태국 주요 5개 방송사에서 한국 드라마가 월 30편가량 방송됐다.

한류 스타의 팬 미팅과 콘서트는 총 41차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건 대비 58% 늘었다.

지난해 한국의 한 배우를 만나기 위해 태국 여성 팬 2명이 공항 통제구역을 불법 출입했다 발각된 뒤, 방콕 수완나품 공항이 보안 시스템 강화에 나선 일은 태국 한류 열기가 빚은 해프닝이다.

이에 힘입어 태국 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올해 133개교 4만583명까지 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부터는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처음으로 대학입시에 한국어 과목이 시행됐다.

주태국 한국교육원이 한국어 교재 6권까지 완간해 한국어 학습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환갑맞은 한·태]① K팝·드라마 '한류' 여전…불법체류·범죄↑
◇ "태국민 눈높이 높아…한류도 경쟁력 고민해야"
태국 내 한류 인기는 여전하지만 이를 지속시키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아세안 5개국 현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국방송프로그램 시청 경험을 물은 결과, 말레이시아(76.5%)-싱가포르(65%)-인도네시아(58.8%) 순이었다.

태국은 57.3%로 5위 베트남(53%)에 겨우 앞선 정도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9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해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34.6%), '지나치게 상업적'(20.0%) 등이 거론된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또 주태국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태국에서 K팝 콘서트와 팬미팅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열리지만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한류 스타 출연료를 감당하려 입장권 가격을 올리면서 1천석 규모의 공연장도 채우지 못해 콘서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한 게 실상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류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유현 KTTC 대표이사는 "태국은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지만, 그만큼 각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면서 눈높이도 높다"면서 "경쟁력 없는 제품으로, 시장 분석도 없이 안이하게 접근하면 한류도 어느 시점에 급격히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면 #2. 지난 7월22일 고랭지 채소 작업에 나선 승합차가 강원도 삼척 지방도로에서 전복됐다.

이 사고로 태국인 2명 등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태국인 3명은 사고 직후 종적을 감췄다.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부상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현장을 떠난 이 사고는 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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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체류 단속에 방한 태국인 감소…ETA 도입하나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수년 새 급증했다.

태국 현지 급여의 4~5배인 월 200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통계청 통계를 보면 작년 90일 체류 기간을 넘어 출국하지 않은 태국인은 입국자의 90.9%나 됐다.

불법체류자 중에는 노동에 종사하는 이도 있지만, 마약이나 불법 성매매에 연루된 이들도 적지 않아 태국 이미지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양국은 작년 말부터 강력한 단속을 펼쳐, 입국이 거부된 태국인이 수천 명에 달한다.

그러자 한국을 찾는 태국인 수가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태국인 수는 연평균 9%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작년 30만1천700명에 비해 2.6% 감소한 29만3천700명에 그쳤다.

그간 불법체류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두려움과 불쾌감' 때문에 한국 방문을 꺼리는 태국인이 많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동남아 유수의 저가항공사가 태국 네티즌들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관련 주제로 출입국관리소(immigration)를 언급한 빈도가 화장품·뷰티와 함께 10% 정도로 비슷한 것도 방증이다.

불법체류자 단속은 불가피하지만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양국은 전자여행허가제(ETA)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관광객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법체류 가능성을 사전에 최대한 차단하고 이를 통과한 태국인들은 입국 거부 두려움 없이 한국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발적 정보 입력인 만큼, ETA가 불법체류자를 완전히 거를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차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태국 측은 불법체류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 연간 5천명 수준인 취업 쿼터를 확대할 것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불씨'는 여전할 전망이다.

[환갑맞은 한·태]① K팝·드라마 '한류' 여전…불법체류·범죄↑
◇ 마약·도박 등 범죄 늘어…가이드 '합법화' 과제
태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마약사범이 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5명보다 늘었다.

사기로 검거된 한국인은 1명에서 9명으로,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붙잡힌 한국인은 0명에서 올 5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태국 내 한국인 가이드의 법적 신분 '미비'는 해묵은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가이드는 태국법상 외국인에게 허용되지 않는 직종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인 가이드 500~700명이 활동 중이다.

태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면서도 태국인 가이드들 때문에 합법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준 한태관광진흥협회 회장은 "법 개정은 어려운 만큼, 태국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노동허가증을 내준 방식을 차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