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회 문제가 된 마약성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남용에 이를 판매한 회사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미국 법원은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오피오이드 확산을 부추겼다”며 원고인 오클라호마주(州)에 5억7200만달러(약 6900억원)를 배상하도록 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클리블랜드 카운티 법원은 26일(현지시간) “오피오이드 부작용이 오클라호마주에서 만연하고 있다”며 “J&J는 자사 약품 및 오피오이드 판매 마케팅 전반에 개입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송은 오클라호마 주정부가 “J&J의 자회사인 얀센이 생산한 듀로제식과 뉴신타 등 마약성 진통제가 남용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J&J를 상대로 제기했다. 다만 법원이 J&J에 명령한 배상금 5억7200만달러는 주정부가 당초 요구한 170억달러보다는 크게 적은 액수다.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는 모르핀, 텐타닐,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트라마돌 등 마약성 진통제를 일컫는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기존 진통제에 비해 의존성이 약하다고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이후 약물 남용으로 중독 환자가 급증하면서 제약사가 의료진과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주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7~2017년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 수는 70만여 명에 이른다. J&J는 그동안 자사 제품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적극 홍보해왔다.

이번 판결은 미 전역에서 진행 중인 1600여 건의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오클라호마 주정부는 미 제약사 퍼듀파마와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를 상대로도 소송을 걸었지만 각각 2억7000만달러와 85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