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의 한 월마트에 중국산 TV들이 전시돼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의 한 월마트에 중국산 TV들이 전시돼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값 폭락 여파가 미국 TV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 회사들이 LCD 패널값 하락을 바탕으로 저가 물량 공세를 펴면서 55인치 LCD TV값이 200달러대 후반, 65인치가 400달러 중반까지 폭락했다. 한여름에 ‘블랙프라이데이’가 나타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TV 평균 판매가(ASP)는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간 75인치는 27%, 65인치는 22% 하락했다. 50인치는 19% 내렸다. 이는 TCL, 하이센스 등 중국 회사들이 올초부터 월마트를 통해 막대한 양의 TV를 저가에 밀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월마트에서는 요즘 65인치 4K TV가 하이센스 448달러, TCL 478달러에 팔리고 있다. 또 55인치는 하이센스 298달러, TCL 318달러에 판매된다. 40인치 이하는 대부분 100달러대다.

중국 회사들의 저가 공세는 중국발 LCD 패널값 폭락이 배경이다. BOE 등 중국 LCD업계가 10.5세대 공장을 가동하면서 LCD 패널값은 지난 1년 새 20% 이상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LCD 패널은 작년 7월 개당 152달러에서 올 7월 119달러로 1년 새 21.7%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내수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중국 내엔 막대한 LCD 재고가 쌓였다. 이를 대량으로 사들인 중국 TV 업체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TV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그리고 비지오(미국 업체) 등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올 들어 중국 업체들이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TCL은 지난 1분기 물량 기준으로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26%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금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1위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지난 10년 이상 미국을 장악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월마트가 전략적으로 중국산 TV 판매에 집중하면서 베스트바이 등 삼성전자, LG전자가 의존해온 기존 유통망까지 흔들리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올 들어 TV 판매 물량이 계속 감소하자 삼성전자, LG전자 등으로부터 구매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7시리즈 LCD TV값을 65인치 698달러, 55인치 498달러, 43인치 398달러 등으로 낮췄다. TV업계 관계자는 “한여름에 블랙프라이데이 수준의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