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자신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터무니없다”고 일축한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기행을 연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그린란드 매매 논의에 관심이 없다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발언에 근거해 나는 2주 뒤로 잡혀 있던 우리의 회동을 다른 때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리가 이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줌으로써 미국과 덴마크 양쪽 모두 노력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며 “이 점에 대해 총리에게 감사하며 일정을 미래의 언젠가로 재조정하길 기대한다”고 비꼬듯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유럽 순방길에 올라 다음달 초 프레데릭센 총리, 킴 키엘슨 그린란드 총리와 만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건 희토류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 북극권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 견제 목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과거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앤드루 존슨 대통령, 루이지애나주를 프랑스에서 매입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처럼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 개인적 야심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며 유럽을 압박했다. 미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유럽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유럽 차에 관세를 매기는 것뿐”이라며 “그들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수백만 대씩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