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손 벌린 손정의 'AI 펀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AI) 혁신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 중인 ‘비전펀드 2호’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전펀드 출자금 마련을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을 포함해 직원들까지 돈을 대출받아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WSJ의 소식통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2호에 자사 직원들로부터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받을 계획이다. 손 회장 자신도 이 금액의 절반 이상을 부담할 전망이다.

임직원 출자금 200억달러는 2호 비전펀드가 계획하는 전체 조달액 1080억달러의 약 20%에 달한다. 게다가 소프트뱅크 자체도 앞서 새 펀드에 380억달러를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회사 출자금이 펀드 조달 예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는 펀드 출자 구조로는 극히 이례적이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2호 비전펀드에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MS), 카자흐스탄 정부와 5~6개 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출자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경기가 둔화되면서 비전펀드 2호에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 5월 상장한 우버가 30% 가까운 주가 추락으로 고전하고 있고,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도 기업공개(IPO)를 예고했지만 손실이 커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임직원들의 비전펀드 2호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대출까지 해 줄 예정이다. WSJ는 “소프트뱅크가 한 사람당 연 5% 이자율로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비전펀드 2호가 수익을 내면 직원들의 대출금 상환에도 무리가 없겠지만 펀드가 부진하면 소프트뱅크는 대출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98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조성하는 데도 이 같은 방식으로 임직원 자금 8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투자펀드 대부분은 보상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제공하는데 소프트뱅크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