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의 '동맹'과 찰떡 공조…정권 재창출·내각 참여 노림수 관측
伊연정위기 틈타 부활노리나…극우정당과 밀착하는 베를루스코니
'노회한 정치인의 과욕인가, 우국충정의 발로인가'
최근 이탈리아 연립정부 위기 국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82세의 나이에 이제 한물간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며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연정 위기를 틈타 또다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꿈을 꾸는 듯 하다.

그가 이끄는 중도 우파 '전진 이탈리아'(FI)는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한 뒤 동맹 측과 부쩍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맹의 당론인 조기 총선 개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13일에는 살비니가 상원에 제출한 내각 불신임 동의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며 동맹에 힘을 실어줬다.

불신임안 처리는 상원 표결을 통해 일단 뒤로 연기됐지만 두 당이 전에 없는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두 당은 최근 연정 위기 국면에서 여러 차례 접촉하며 향후 행보를 긴밀히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극우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FdI)과 함께 세 당이 조기 총선에 대비한 '선거 연대'와 선거 이후의 연정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伊연정위기 틈타 부활노리나…극우정당과 밀착하는 베를루스코니
베를루스코니는 연정 위기가 표면화한 이후에도 정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진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그가 살비니를 직접 만났다는 정황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동맹과 밀착하려는 FI의 움직임에는 당의 실권자인 베를루스코니의 의중과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40%에 가까운 고공 지지율을 누리는 동맹과 결속해 총선 개최를 밀어붙여 공동 정권을 창출하고 내각에서의 지분을 갖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새로운 우파 조직을 결성하며 정계에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도 이와 맥이 닿는다.

고령이지만 이탈리아 정계에서의 그의 무게감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살비니 내각'이 들어설 경우 그도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가 유럽연합(EU) 주재 초대 대사를 맡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현지 언론 보도도 있다.

정부 재정적자와 강경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관계가 소원해진 이탈리아 정부와 EU 간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伊연정위기 틈타 부활노리나…극우정당과 밀착하는 베를루스코니
하지만 그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그가 정계의 중심에 서길 원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FI는 지지율이 7% 안팎으로 사실상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상태다.

동맹이 차기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점하기 위해 정치 전략상 FI가 필요한 존재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구시대 정치인' 취급을 받는 형편이다.

여기에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오성운동과 민주당(DP)이 '반(反)동맹'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조기 총선 개최마저 불확실해진 터라 앞날이 순탄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인으로서 베팅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가 어떤 식으로 결실을 볼지가 연정의 운명, 조기 총선 개최 여부와 더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