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은행이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내놨다.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빌린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상환하면 된다는 얘기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인 위스케뱅크는 10년 만기 주담대를 연 -0.5% 고정금리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북유럽 최대 은행인 노르디아뱅크도 덴마크에서 20년 만기 주담대를 ‘제로금리(연 0%)’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은 3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마이너스 금리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평균 이자율은 연 0.5% 수준이다.

마이너스 주담대 등장은 유럽에서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장기 상품 이자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덴마크의 기준금리는 2012년부터 연 0% 이하로 떨어져 현재 연 -0.6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 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등이 유럽에서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에선 차입 비용이 줄자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집값도 상승했다. 특히 대도시 위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과열을 막기 위한 부동산 규제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주담대가 내집 마련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출 조건은 강화된다.

마이너스 주담대가 은행에 돈을 저축하는 이들에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위스케뱅크 등은 자본시장에 진출해 기관투자가로부터 마이너스 이자율로 돈을 빌린 뒤 이를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덴마크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연 0% 수준인데 조만간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