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내분 중인 예멘 친정부 세력 진영간 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예멘 친정부 세력 진영간 내분이 UAE와 사우디간 물밑 갈등을 보여준다는 현지 언론 등의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는 12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을 면담했다. 이날 알 나얀 왕세제는 에미리트 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UAE와 사우디는 갈등 중인 예멘 각 측에 대화와 협의를 촉구한다”며 “UAE와 사우디는 역내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세력에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와 사우디는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에서 예멘 친정부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UAE는 예멘 남부 분리독립세력을 지원한다. 중동 라이벌 열강인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을 후원하고 있다. 예멘 정부군과 남부 분리독립군은 약 4년간 사실상 동맹 관계였지만 예멘 내전 후 통합정부 수립을 놓고 이견차가 크다. 두 진영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서로 교전을 벌이자 주요 외신에선 UAE와 사우디간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예멘 정부는 남부 분리독립군이 UAE의 도움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와 사우디가 예멘 친정부 세력 내분 중단을 촉구하면서 예멘 친정부 세력 내 당장 무력 갈등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지난 11일엔 예멘 정부군을 후원해온 사우디가 양측에 정전을 요청했다. 남부 분리독립군 측은 사우디의 제안에 동의한다며 사우디 중재로 평화 협의가 열린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예멘 문제 등을 놓고 UAE와 사우디간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UAE가 사우디와의 공조를 줄이는 분위기라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일 UAE가 미국·사우디 등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심화되자 역내 파장을 우려한 까닭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UAE는 최근 예멘 남부에 배치한 병력을 줄이고 있다. 엘리자베스 켄달 영국 옥스포드대 아랍·이슬람 선임연구원은 WP에 “UAE와 사우디가 예멘 내전 향배를 두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게 나날이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번 친정부 세력간 충돌은 물밑 갈등이 명백하다는 것을 드러내 양국간 연합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