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 들어 4배 가까이 올랐다. 유럽의 폭염과 환경정책 강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 폭염에…탄소배출권 가격 4배↑
11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거래된 9월물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28.51유로(약 3만8700원)로, 올초(7.78유로)에 비해 266% 급등했다. 2006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30유로)에 근접한 수준이다. 배출권 가격은 2012년 이후 7년간 t당 10유로를 밑돌았다.

EU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05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매년 각국 정부와 개별 기업에 배출량을 나눠준다. 기업들은 실제 배출량이 정부 할당량보다 많으면 그만큼 거래시장에서 구입해 채워야 한다. 반대로 할당량이 남으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한국도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배출권 할당량을 매년 24% 줄이기로 하는 등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올여름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배출권 수요가 늘었다. 제프 버먼 S&P 글로벌에너지부문 이사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가정용·산업용 전력 수요가 모두 증가했다”며 “전력 사용량이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져 에너지 업체의 배출권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도 배출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EU와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영국 기업들이 남는 배출권을 팔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