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받았다고 트윗 글을 올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들에게 한·미 훈련을 ‘워게임(war game)’이라고 표현한 뒤 “나도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김정은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친서 내용과 관련해선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는 훈련에 대한 불평이었다”며 “김정은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작은 사과와 함께 훈련이 끝날 때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 원한다”며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어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친서는 3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친서는 인편으로 전달됐으며 북한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전달하는 옛날식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한’ 입장을 견지하고 정작 동맹인 한국에는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한·미 연합훈련이 전투태세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미군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반대에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으며 미국 안보라는 관점에서 동맹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많은 전문가를 경악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서 비용 문제만 따지는 데 대해 미국 조야 대부분은 비판적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동맹인 한국을 압박하는 건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과 관련해 비용 문제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회담 직후 한·미 훈련 중단을 자신이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했다고 밝히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워 게임’으로 부르며, ‘북한이 쓰는 용어 아니냐’는 질문에 “내 용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