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을 향한 주요국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 만에 다시 각국이 앞다퉈 달 탐사에 나서고 있다. 화성 등 다른 행성 탐사도 준비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달 탐사 기회를 넘보고 있다. 이제 달은 신비의 행성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인도 이어 일본까지 뛰어들어

올해 초 중국이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키자 세계 과학계는 깜짝 놀랐다. 중국의 우주과학 기술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13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달 착륙선을 보냈다. 이제 달의 뒷면까지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2035년 달에 우주인을 보낼 계획까지 세웠다. 여기에 창어 4호가 보내온 달의 뒷면 사진은 우주 과학자들을 한번 더 놀라게 했다. 그간 달 뒷면은 과학계에서 ‘어두운 영역’으로 불렸지만 창어 4호가 보낸 사진으론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올 들어 중국에 이어 달 탐사에 도전한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지난 7월 22일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9월 7일 인도 탐사선이 착륙할 예정지는 달 남극이다. 이곳은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구덩이가 많아 아직 탐사선이 착륙한 적이 없다. 인도 탐사선은 여기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달에만 있는 헬륨3 원소를 수집할 예정이다. 인도는 9월에 달 탐사에 성공하면 2022년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일본도 2007년 달 궤도 위성 셀레네 1호를 보낸 데 이어 올해 달 착륙선 셀레네 2호를 발사해 탐사 차량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일본은 탐사 로봇차량을 보내 달의 표층과 내부 구조에 대해 지질학적 탐사를 펼친다.

‘달 탐사 원조국’인 미국도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올해 공개했다. 지난 3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우주인들을 달에 보낼 날짜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50년 전 시행한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과 이번 아르테미스의 차이는 달의 궤도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를 건설한다는 점이다. 이 게이트웨이에 우주인이 머물면서 생활하고 필요할 때 달을 탐사하는 게 핵심이다.

정거장을 건설한 다음 장기적으로 달에 유인기지도 지을 계획이다. 물론 전제는 달에서 물을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폴로 계획 때 국가 예산의 4%가 넘는 돈을 항공우주국(NASA)에 투자했다. 올해 국가 예산에서 NASA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0.45% 정도다. 이제 예산이 아니라 기업과의 협력으로 우주계획을 짜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이 달 탐사에 뛰어들었다.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
민간 기업도 나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약 28억달러(약 3조395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베이조스는 주식 매도 이유로 자신의 우주탐사회사인 블루오리진에 자금을 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재원을 우주여행 사업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이 추진하는 사업은 착륙선 ‘블루문’ 개발사업이다. 화물 7t 규모를 달에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선을 개발하고 2024년부터 사람도 수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우주산업에 진출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우주선 스타십을 기반으로 한 달 탐사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우주선 ‘스타십’에 탑재하는 엔진도 공개했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통해 민간인 100명을 달과 화성에 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달에 보내는 최초의 우주인으로 일본인 억만장자를 선발하기도 했다.

달 착륙을 위한 민간 벤처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단체인 스페이스IL은 지난 4월 자체 제작한 로켓으로 민간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 기업의 우주 탐사선 개발 비용은 1억달러에 그쳐 저가형 소형 탐사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본 벤처기업 아이스페이스는 2020년에 달 궤도를 도는 탐사기를 보내고 2021년엔 달에 착륙하는 게 목표다. 벤처기업만이 아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브리지스톤은 일본 항공우주개발기구(JAXA)와 공동으로 우주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는 달 탐사선 개발을 시작했다.

달 탐사 왜 열 올리나

키스 헤이월드 영국 왕립항공학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달 탐사를 하는 이유는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달 탐사를 한 이유와 같다”고 말했다. 첫째는 군사적 이유 때문이고, 둘째는 과시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에 중국이 무시하지 못할 강국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세 번째 목적은 큰 부를 안겨줄 미개발 자원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달에서 발견되는 헬륨3 등 특별한 자원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높다. 1g의 헬륨3는 석탄 40t과 맞먹는 에너지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달에 묻힌 헬륨3는 대략 100만t으로 추정된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이 정도 양이라면 지구 전체에 1만 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가 헬륨3 채굴에 성공한다면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 공간의 지위 확보도 관심이다. 미국은 옛 소련 등 다른 나라들과 유엔 우주협약에 합의했지만 이 조약의 해석은 국가마다 다르다. 우주조약은 국가에 의한 천체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2015년 우주자원법을 제정해 우주에서 획득한 자원을 소유하거나 사용, 판매할 권리를 기업이나 개인이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국가들도 앞다퉈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헬륨3 같은 귀중한 자원이 달에서 대량 채굴된다면 소유와 관할을 둘러싸고 각국의 법적 다툼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