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당 7위안 돌파한 위안화 환율 >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한 8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선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04위안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 달러당 7위안 돌파한 위안화 환율 >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한 8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선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04위안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고시하는 위안화 기준환율이 8일 달러당 7위안을 돌파(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건 11년3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미국에 맞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미·중 간 환율전쟁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中 기준환율도 달러당 7위안 돌파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0.06% 오른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뜻이다. 중국 외환당국이 공식적으로 ‘포치’(破七: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를 허용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5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을 미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위안화 시장환율이 지난 5일부터 나흘 연속 7위안 이상에서 머물고 있는 데 이어, 중국 당국이 미국이 원하는 위안화 가치 방어를 하지 않고 오히려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 환율조작국 지정에 정면대응한 中…'포치' 공습 본격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관세를 넘어 환율 분야로까지 확산하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맞서 지난 5일 외환시장에서 ‘포치’(破七: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를 용인하자 같은 날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이에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8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포치를 공식화해 시장에 위안화 추가 약세 신호를 보냄으로써 미국과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中 기준환율도 달러당 7위안 돌파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보다 0.06% 올린 것이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건 2008년 5월 후 처음이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가치를 그만큼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하는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인민은행은 전날 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환율을 고려해 기준환율을 산정한다. 당일 중국 내 시장 환율은 인민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지난달 31일부터 인민은행은 6거래일 연속 기준환율을 끌어올렸다. 7일 기준환율은 달러당 6.9996위안으로 고시돼 7위안 선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외환시장에선 이미 5일부터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기준환율이 올라가면서 이날 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7.1035위안까지 치솟았다. 중국 내 외환시장에서도 장중 7.0536위안까지 뛰었다.

美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보복

시장 환율과 달리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은 중국 정부의 환율 관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이날 기준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미 재무부가 이달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보복 카드로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추가로 보복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위안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의 관심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일단 달러당 7.2~7.3위안 선까지는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 이상으로 떨어지면 급격한 자본 유출과 주가 폭락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연말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미국이 예고대로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7.3위안 수준으로 상승하고 관세율이 25%까지 올라가면 7.5위안까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꺼낼까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도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예상과 달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세청은 7월 수출이 2215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2%)와 전달치(-1.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중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는 진단이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 유도에 이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중국희토류협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을 규탄하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의 반격 조치를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성명엔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 희토류 업계가 희토류 수출의 특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 희토류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휴대폰, 전기자동차 등 첨단제품에 쓰이는 필수 원재료다. 미국은 전체 희토류 사용량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