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주재 중국 대사 입장 엇갈려
中, 美주도 호르무즈 호위 군사연합 참여에 '모호'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걸프 해역의 입구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보호하는 군사 연합체를 추진하는 데 대해 중국의 입장이 모호하다.

미국과 무역 전쟁 중인 데다 이란의 전통적 우방임을 고려하면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 '반(反)이란 연합체'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 보이지만,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은 아니다.

니 지안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중국대사는 6일 로이터통신에 "(걸프해역에서) 아주 불안한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 해군이 우리 상선을 호위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인터뷰 뒤 니 대사가 문자메시지로 "우리는 걸프 해역의 항행을 호위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들여다보는 중이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니 대사의 발언을 "중국이 미국의 제안에 따라 걸프 해역에서 상선을 호위할 '수도'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24일 트위터에 "중국,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걸프 해역에서 (이란의 위협에 맞서) 자국의 배를 보호해야만 한다"라고 압박한 바 있다.

반면 이란 주재 중국대사는 니 대사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창화 이란 주재 중국대사는 같은 날 이란 메흐르통신과 인터뷰에서 걸프 해역의 안보 문제는 주변의 중동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의 군사력 증강에 반대했다.

창 대사는 이 인터뷰에서 미국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 추진과 관련,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의 안보를 강화하는 모든 계획이나 구상은 중동 국가가 제안해야 하고 실행돼야 한다"라고 답했다.

중동의 안보 문제에 미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두 중국 대사가 예민한 사안에 대해 각자 자신이 주재하는 나라의 정치적 위치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발언했을 수 있지만, 중국이 미국이 선도하는 반이란 정책에 참여한다면 미·중 관계와 중동 내부 역학 관계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는 지난달 중국을 정상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만나 군사·국방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중국이 친(親)이란 진영이기는 하지만 중동의 대표적인 미국의 우방인 UAE와도 긴밀한 우호를 유지하는 다원 외교를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은 미국의 거세지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대비해 러시아와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해군 합동 훈련에 합의하는 등 반미 전선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