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日에 두차례 고위인사 파견…日 제안 포함 열린논의 입장 전달""미국도 현상동결 합의 제안했으나 일본이 거부…가마우지 경제체제 탈피해야"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해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이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연장 거부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청와대가 직접 지소미아 연장 거부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일본 측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김 차장은 "많은 분들이 왜 우리가 적극적으로 특사 파견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지만, 이미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김 차장은 "우리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 고위인사를 만났다"며 "당시 우리 측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일측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그럼에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김 차장의 설명이다.김 차장은 또 "미국도 일시적으로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동결하고 일정기간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하는 소위 현상동결합의(스탠드스틸·standstill agreement)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우리는 이런 방안에 긍정적 입장을 갖고 협의에 노력했으나, 일본은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김 차장은 "이런 노력에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 모욕"이라고 비판했다.이어 "윈스턴 처칠은 생전에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했다"며 "이제는 '가마우지 경제체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마우지 경제체제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면서, 한국이 완성품을 수출해도 이득은 일본에 돌아가는 체제를 뜻한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이틀 새 14원90전 오르며 1200원 선 코앞까지 다가섰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까지 확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원5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198원에 마감했다. 2017년 1월 9일(1208원30전) 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1196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폭을 키웠다.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부각됐던 지난 5월에도 한때 달러당 1200원 선에 근접했다. 6월 중순 들어서는 안정을 되찾으며 1150~1170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43원30전 오르면서 1200원 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이날 1118원95전을 기록하며 2016년 11월 9일(1123원71전) 후 처음으로 1100원 선을 넘어섰다.원화가 달러 및 엔화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를 팔고 달러와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대외 위험이 커져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12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찌감치 우려했던 대외 리스크가 하나씩 현실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200원 선을 돌파해 122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하지만 원화 약세 흐름은 이달 말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4000억달러 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당 1200원을 웃돌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며 “당국 개입에 따라 상승폭이 줄면서 환율도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일본 주식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일본 증시의 낙폭이 한국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일본의 경제 도발이 자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2.11% 떨어진 21,087.16에 장을 마쳤다. 한국 코스피지수 하락폭(0.95%)보다 컸다.이날 오전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달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제한한 이후 2차 경제보복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990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차츰 낙폭을 줄여갔다. 반면 닛케이225지수는 오후 장에서도 하향곡선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악재로 작용했다.수출규제에 따라 거꾸로 영향을 받는 일본 주요 반도체 소재 업체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한국 반도체 업체에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를 수출하는 JSR의 주가는 이날 1.57% 내린 1760엔에 장을 마쳤다. 반도체 세정 소재인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스텔라케미파의 주가도 2.71% 떨어진 2982엔을 나타냈다.아시아 주요 증시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1% 떨어진 2867.84에 장을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2.38% 내린 26,908.36을 기록했다.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경제보복에다 미국의 중국 수출품 추가 관세 예고 소식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게 아시아 증시에 동반 악재로 작용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