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애플을 제치고 ‘현금왕’ 자리에 올랐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알파벳의 2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총 1170억달러(약 139조원)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0년 연속 현금왕 자리를 지킨 애플의 현금 자산(2분기 1020억달러)을 웃도는 수치다.

애플의 현금 자산은 2017년 말 역대 최고치인 1630억달러(약 193조원)에 달했지만 주주들의 요구로 이를 차츰 줄이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등 주주들이 애플에 막대한 현금을 쥐고 있지 말라고 압박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애플은 이 같은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최근 18개월간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금 지급에 나섰다. 연구개발(R&D) 예산도 매출의 15%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 18년간 가장 높은 매출 대비 R&D 비율이다.

알파벳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현금 유보금을 더 늘리고 이를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알파벳은 2017년 말보다 지난 2분기 기준 현금 자산이 200억달러나 증가했다. 작년엔 뉴욕에 구글 사무실과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250억달러(약 29조6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알파벳 역시 투자자들의 요구로 현금 자산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월터 프라이스 알리안츠 글로벌 매니저는 “구글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는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주주들은 이 현금을 돌려받고 회사가 낭비를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알파벳은 올해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재원으로 375억달러를 확보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