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군을 세 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까지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EU가 차기 IMF 총재 후보로 고려 중인 인물은 예룬 데이셀블룸 전 네덜란드 재무장관,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등 세 명이다.

카니 영국은행 총재가 후보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캐나다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풀이됐다. 전통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 IMF 총재는 유럽인이 맡아 왔다. 가디언은 “카니 총재가 영국과 아일랜드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럽인으로 분류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앞서 주요 EU 국가 재무장관들은 17~18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비공식 회동을 갖고 단일 IMF 총재 후보를 내세우는 데 전격 합의했다. EU 내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를 추리는 작업은 올해 G7 의장국인 프랑스가 맡았다. EU는 IMF가 제시한 차기 총재 입후보 시한인 9월 중순 이전에 최종 후보를 정할 방침이다.

다만 후보 선정과 관련해 EU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은 네덜란드 출신인 데이셀블룸 후보를, 북유럽 국가들은 핀란드 출신인 렌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안으로 불가리아 출신인 게오르기에바 후보로 단일화하는 방침이 거론되고 있지만 올해로 66세인 그의 나이가 65세 이하로 제한된 선출 규정에 걸리는 문제가 남아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