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내기 어려운 ‘가혹한 조건’이란 논란 불거져
우대 조건·관세 고려하면 수지 맞는 계약이란 반론도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지역 린강(临港)개발구에 86만㎡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테슬라는 오는 9월부터 이 공장에서 전기차 ‘모델3’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테슬라가 지난해 8월 상하이시와 맺은 공장 건설에 관한 계약서 내용이 뒤늦게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31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 건설 댓가로 상하이시 정부에 매년 22억3000만위안(약 3800억원)의 세금을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테슬라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19년 4~6월 결산 자료에는 상하이시 정부와 체결한 50년 토지 임대계약서의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테슬라는 오는 2023년말부터 매년 22억3000만위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또 향후 5년간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설비 투자와 납세액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테슬라는 상하이시에 공장 부지를 반환해야 합니다. 테슬라는 상하이시로부터 공장 건물과 생산설비의 잔존가치에 대한 보상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계약 조건을 두고 일각에선 상하이시 정부가 외국 기업에 가혹한 세수 조건을 내건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테슬라의 설비 투자 등 계약 조건이 녹록치 않아 중국 진출 전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요. 하지만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상하이시 정부가 내건 우대 조건이나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폭탄 등 손익을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테슬라가 86만㎡의 공장 부지를 50년 동안 이용하기로 하면서 지불한 가격은 9억7300만위안(약 1600억원)에 불과합니다. 상하이의 높은 땅값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낙찰받은 겁니다. 또 이곳은 상하이시 중심에서 약 60㎞ 정도 떨어진 항구지역으로 주변에 자동차 공업단지도 조성돼 있어 입지가 매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5년간 20억달러 투자 비용도 테슬라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공장에 9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테슬라가 중국에 공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25%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미국산 전기차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 정부로부터 15% 수입 관세까지 부과받아 중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테슬라에 가장 큰 해외 시장인데요. 올해 1분기 테슬라의 해외 판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높은 비중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어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오는 9월 4개의 핵심 작업장이 완공됩니다. 내년 상반기엔 엔진시스템 작업장 등 나머지 공사도 마무리됩니다. 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내년부터 연간 15만대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궁극적으로 연간 5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상하이 공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에 구세주가 될지 주목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