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한국이나 일본을 위협하더라도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면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경고로 묘사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은 미국엔 단거리지만 한국, 일본에는 단거리가 아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남북한)은 분쟁을 벌이고 있고 오랫동안 그래왔다”며 “(북한이 발사한 건) 단거리 미사일이고 매우 일반적인 미사일”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한국에 대한 경고’라고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전혀 언짢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고 많은 사람이 그런 미사일을 갖고 있다”며 “나와 김 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언급하면서 한·미 정부가 규정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란 표현 대신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했다.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 미사일’ 발사 사실을 부각하지 않음으로써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 미사일에 대해 “소형 미사일이었을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미 언론과 전문가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뿐 아니라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에 가해지는 위험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닌 동맹을 겨눈 북한 미사일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뜻을 보임으로써 동맹의 연대와 억지력을 훼손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동맹과 주한·주일미군의 안전을 간과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질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AFP통신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 근처에는 도달하지 않더라도 그 미사일의 사정거리엔 동맹인 한국과 대규모 주한미군 기지가 포함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