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캄보디아의 항구와 리조트 개발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이들 지역이 중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바짝 경계하는 반면 중국은 그럴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美 "中, 캄보디아에 비밀 해군기지"…세력 확장 견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캄보디아 정부와 비밀 협약을 맺어 캄보디아 타이만 부근에 있는 한 항구를 중국 해군의 ‘전진기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과 캄보디아는 올봄 중국군이 타이만에 접해 있는 림(Ream) 항구를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의 비밀 협약에 서명했다. 림 항구는 약 76만8900㎡ 부지에 1개의 부두를 갖추고 있다.

양국은 향후 2개의 부두를 추가로 건설해 한 곳은 중국이, 나머지 한 곳은 캄보디아가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림 항구 내에서 중국군의 주둔과 중국 군함 정박, 무기 저장, 중국군의 무기 소지를 인정하고 캄보디아 측이 림 항구 내 중국 측 영역(약 25만900㎡)에 진입하려면 중국의 승인을 받도록 합의했다. 중국은 첫 30년 동안 부두를 사용하고 이후 10년마다 사용 허가를 자동 갱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림 항구와 관련한 중국과 캄보디아의 협상 낌새를 1년 전에 알아채고 캄보디아 정부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서한까지 보내 저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엔 림 항구의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 지원을 제의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중국 해군이 이 항구를 전진기지로 활용하게 되면 중국이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등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해 미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와 중국은 이 같은 비밀 합의를 강력 부인했다. 훈센 총리는 이날 친정부 성향 매체인 프레시뉴스에 “WSJ 보도는 캄보디아에 대한 날조된 뉴스 가운데 최악”이라며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외국의 군사기지를 유치하는 것은 캄보디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방부도 중국군이 캄보디아 내에 주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국유 건설업체가 림 항구에서 약 64㎞ 떨어진 다라사코에 짓고 있는 리조트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 코콩주(州)의 보틈사코 국립공원 일대를 개발하는 이 사업은 캄보디아 해안선의 20%를 차지하고 싱가포르 면적의 절반에 버금가는 규모다.

2008년부터 해당 부지를 99년간 빌린 중국의 연합개발그룹(UDG)이 50억달러(약 5조8835억원)를 투자해 카지노와 골프장, 5성급 호텔, 콘도, 상업용 빌딩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국제공항과 항만, 발전소, 의료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인 공항은 대형 민간 여객기는 물론 중국의 장거리 폭격기와 군 수송기가 이착륙하기에 충분한 활주로를 갖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군이 이 공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캄보디아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도양과 아프리카에서의 군사 작전을 쉽게 하기 위해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처음으로 해외 군사기지를 만들었다. 2014년부터 남중국해에도 7개의 인공섬을 조성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지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