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영국 보수당 대표를 뽑는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유력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사진)을 회유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파인 존슨 후보가 차기 영국 총리에 오를 게 확실시되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에서다.

21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치권은 최근 존슨 후보의 측근 인사들과 접촉해 브렉시트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EU 국가 정부 소속 인사들도 존슨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타임스는 이들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절충안 도출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후보는 오는 10월 31일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15일 당대표 선거 토론회에서 브렉시트의 최대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의 철폐를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한동안 잔류시키는 백스톱 없이는 브렉시트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EU와 존슨 후보 중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이날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끝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게 된다면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영국령 북아일랜드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보수당 내에서도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보수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존슨 후보가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지 못하도록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경선 결과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보수당의 차기 당대표는 자동으로 영국 총리직을 맡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