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들이 “매우 좋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중 협상단이 직접 대면해 무역협상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 측 협상 파트너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그들은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 및 중산 상무부 장관과 통화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 부과 중단과 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을 잘 다루고 있지만 그들은 전혀 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27년 만에 최악의 해를 맞았지만 우리는 역대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2%에 그쳐 분기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은 3.1%로 121개월째 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협상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측에서도 협상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중 간 전화통화 브리핑은 대면협상 재개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양측으로부터 선의로 보일 수 있는 어떤 행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 해결을 기다리는 대신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며 “CEO들로부터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기다리지 않고 더 많은 공급망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다국적 기업 중 50개 기업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