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이 있었다면서도 “(한·일 정상)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측이 중재를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중재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도 한·일 대화를 ‘독려(encourage)’하는 것외에 ‘중재(meditate)’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얼마나 많은 사안에 관여해야 하느냐, 나는 당신을 도와 북한(문제에)관여하고 있고, 아주 많은 일들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그(문 대통령)는 여러 마찰이, 특히 무역과 관련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며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고 그는 내게 관여를 요청했다. 아마도 (한·일 정상) 둘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며 “그러나 나는 두 정상을 좋아한다.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여러분이 알지 않느냐. 그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거기 있을 것”이라며 “바라건대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그러나 그들은 갈등이 있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무역갈등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을 받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시간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은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 언론은 경제 보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통제로 한·일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관련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갈등이 더 악화되길 원치 않는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마도 둘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고 한 걸 볼 때 당장 한·일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비춰볼 때, 아베 총리로부터는 아직까지 중재 요청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우선은 한·일 양국이 풀어야할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도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공방을 진화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우리는 양측이 역내 주요 사안들에 집중할 것을 다시 한번 독려하는 것외에 중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의 지난 발언들을 인용, “한국과 일본은 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국은 두 나라 모두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주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한·일갈등과 관련한 미국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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