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우라' 시위 보름여만…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도 기부금 거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마약성 진통제 책임성 논란이 제기된 '새클러 가문'의 이름을 전시관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루브르, '마약성 진통제' 논란 새클러家 이름 전시관서 삭제
루브르박물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페르시아 유물 등이 전시된 새클러관의 이름을 더는 사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루브르 측은 "테리사·모티머 새클러 재단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페르시아 및 레반트(동부 지중해 연안) 전시관을 재단장하는 작업을 후원했다"며 "그 이후로 새클러가에서 다른 기부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003년 박물관 위원회는 (기부 등으로) 특정 명칭이 붙은 전시관이 이름을 유지하는 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이 기간이 넘었기에 해당 전시관에는 새클러라는 이름이 더는 붙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브르 측은 이름을 지운 결정이 마약성 진통제와 관련된 시위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전날 장뤼크 마르티네즈 루브르 박물관장은 프랑스 RTL 라디오에 출연해 "전시관에 더는 새클러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기에" 이름을 지우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앞서 지난 1일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이자 활동가인 낸 골딘은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새클러 가문의 구성원 일부가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 판매로 부를 축적한 것을 문제 삼아 새클러관의 이름을 바꿀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루브르, '마약성 진통제' 논란 새클러家 이름 전시관서 삭제
새클러 가문은 미국 제약사인 퍼듀 파마를 소유하고 있다.

퍼듀 파마는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을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중독성 등을 속인 혐의로 미국 내 2천개 넘는 도시와 자치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미국에서는 옥시콘틴과 같은 아편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 남용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새클러라는 이름이 지워졌다는 소식에 골딘은 "직접적인 행동이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며 반겼다.

그러면서 박물관은 "사람들이 더러운 돈을 맞닥뜨리는 곳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고차원의 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클러 가문은 오랜 기간 예술계에서 자선 활동으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 논란이 이어지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영국 런던의 테이트 아트 갤러리 그룹 등도 이 가문의 기부금을 거부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