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분야에서 일본은 후진국”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관료주의의 틀에 갇힌 일본 사회는 “AI를 어중간하게 다루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것입니다.

손 회장은 18일 도쿄 ‘더 프린스 파크타워 호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9’행사에서 앞으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AI분야로 집중될 것이라며 이 같은 진단을 내놨습니다.

손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향후 30년 이내에 전 세계에서 활용되는 데이터 규모가 현재의 100만 배 수준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현재 도로 주변 움직임에 관한 분석은 물론 향후 몇 분 뒤의 도로 주변 상황을 예측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반대편 차선의 동향도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만큼 다루는 데이터의 양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처럼 폭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추론을 하는 것은 인간에겐 불가능한 만큼, AI를 활용해 빅데이터에 대한 효율적인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대 변화상 속에서 인간의 두뇌를 이용한 옛 사업방식은 유효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TV광고의 경우, 구매력이 전혀 없는 다섯 살짜리 소녀에게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광고를 하는 비효율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입니다. “향후 ‘인류 진화의 열쇠’를 AI가 쥐고 있다”며 손 회장은 목청을 높였습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철저하게 AI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손 회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AI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며 운용 규모 10조엔(약 109조원)이 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82개 기업 대부분이 AI와 관련한 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AI기술을 활용해 객실 가격 조정이나 객실 가동률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인도의 저가호텔 운영사 OYO와 싱가포르 배차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등의 비즈니스모델 혁신 사례 등도 소개했습니다.

이날 손 회장의 강연에선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기업들을 예시로 들며 “세계 각지에서 AI를 활용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안이하게 생각했다가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의 시기에 일본은 AI를 어중간하게 다루고 있다”며 “일본에는 AI유니콘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괜찮은 회사를 찾을 수 없느게 현실”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불합리한 기존 제도와 기득권 사업자의 반발로 각종 첨단 기술의 수용이 더디고 신사업화가 부진하다는 손 회장의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연 “한국은 AI후진국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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