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로 예정된 무역협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양국 협상단은 지난주 전화통화를 통해 대면 협상 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진전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양측은 이번주 추가로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은 협상 관련 일정을 잡기 전에 미국이 화웨이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먼저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WSJ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5월 초 이후 중단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 해제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협상 재개에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 직후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제품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아직까지 반도체 칩을 포함한 어떤 제품의 판매를 허용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도 화웨이에 ‘전략적 우위’를 내주지 않을 제품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왕후이야오 중국세계화센터 소장은 “화웨이 제재 문제가 양국 무역협상의 본질을 바꿨다”며 “미국이 바라는 만큼 협상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무역협상 재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구조개혁, 정부 보조금 등 손봐야 할 주요 사안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외국인의 미국 주택 구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인의 미국 주택 구매는 금액 기준으로 779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직전 1년간의 1210억달러보다 36% 줄어든 것으로 2013년 후 최저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인의 미국 주택 구매 규모는 13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들었다. 주요 해외 투자자 가운데 중국인 투자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미·중 무역전쟁 탓에 미국 부동산 투자 매력이 꺾인 데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보다 호주와 캐나다, 영국 등 다른 지역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엄격한 자본 유출 통제에 나선 것도 ‘차이나 머니’의 미국 부동산 시장 유입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