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일본산 이외 제품에 대한 품질성능 시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의 90%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불화수소 생산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일본 정부의 규제강화 조치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대체 수요처를 육성해 시장 지배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산 이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품질성능 테스트에 들어갔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일본산 이외 불화수소를 투입했을 때 안정성과 수율 등을 검증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이 품질 검증에 들어간 불화수소는 한국과 중국, 대만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들 제품을 생산에 적용하는 게 가능할지 여부는 2~3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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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1일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수출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자 즉각 중국과 대만에 담당 임원들을 급파해 대체 조달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일본산 이외 불화수소가 품질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가격과 공급량 등의 거래 변수가 적지 않아 당장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순도 99.999%의 소위 ‘파이브 나인’급 불화수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소재는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공업 등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태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품질과 납기 문제 등을 고려해 일본산 이외의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 소재업체들로부터의 이탈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일본산 이외 불화수소 성능 검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