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관련시켰다’는 취지로 비판한 데 대해 “보복 조치가 아니다”고 16일 반박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본 정부의 조치를 ‘보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무관한 일”이라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시행하기 위해 운용(방침)을 수정한 것”이라며 “대항(대응)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을 일관되게 설명해왔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 보복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 근거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거론한 데 대해 “제재 틀에서 남북한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도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박에 동참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검토는 당초부터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관리를 적절히 한다는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명확히 말씀드리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대항 조치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장관의 입장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반론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상대국 정상인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이날 0시6분께 올린 트윗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적절한 국제기구에 수출통제 위반 조사를 맡기자는 제안에는 “수출 허가 결정의 운용은 각국 법령 등에 달려 있고, 각국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국제기관의 조사를 받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반응과 달리 마이니치신문은 전날 칼럼에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의식한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