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넘버원' 전력사로 거듭날 것"
이산화탄소 규제 등으로 석유 부문 한계

거대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오는 2030년대 초까지 세계 최대 전력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한 다국적기업 셸이 전력 판매 중심으로 청정사업 부문을 확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수익성이 높은 석유·가스 사업부문에 방점을 뒀던 셸이 전력사업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셸의 핵심사업으로 남을 것이지만 우리는 2030년대 초까지 세계 최대 전력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 반 비어덴 셸 최고경영자(CEO)는 “(전력 거래는)매우 중요한 원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물론 전력도 생산하겠지만 다른 생산자들로부터 전기를 공급 받아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셸은 이미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거래 회사다. 그러나 전력거래 부문에 대한 수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향후 전력 사업에서 얻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8~12% 가량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석유 및 가스 사업의 목표치(12~15%)와 비슷하다.

WSJ은 “이번 변화는 도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전력 산업에는 이미 규모가 큰 회사들이 있고 규제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 런던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폴 스티븐스 수석연구원은 “석유회사들은 원유 생산으로 항상 높은 수익률에 익숙해져 있다”며 “이런 방식은 발전 분야에선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사들이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다섰다는 분석이다. 셸이 세계 최대 전력회사를 목표로 제시한 ‘2030년대 초’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석유 업계에선 2020~2040년 사이 석유 수요가 절정을 맞은 이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대체하는 사업 분야는 전력으로 꼽힌다. 셸에 따르면 전기가 운송, 난방, 산업 등의 공정에 빠르게 적용됨에 따라 2030년까지 전 세계 예너지 수요의 4분의 1 이상, 2060년엔 절반 가량이 전력에 의존하게 된다.

이번 움직임은 유럽 거대 석유회사들의 탄소배출량 감소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과 환경론자들이 2015년 맺은 파리기후협약을 지키라고 석유사들에 압력을 주고 있다. 프랑스 거대 석유회사 토탈은 청정 에너지인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BP는 작년 전기차 충전기업체 등을 인수했다.

스티븐스 수석연구원은 “정유업계는 여전히 고수익 창출 능력을 가진 핵심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에너지 산업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깊이는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더 빨리, 더 많이 변화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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