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메시지' 선긋기 속 "당, 靑·정부의 조심스러움보다는 국민 여론에 맞게"
美싱크탱크 CSIS와 정책협력 논의…"멀리보는 정책정당 위해 글로벌네트워크 구축"

방미 양정철, 한일갈등 대응 "당은 靑·정부와 기조 달라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의 정책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 워싱턴DC를 찾았다.

9∼12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 정책 협약을 맺은 데 이은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행보의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려온 양 원장의 미국 방문은 공교롭게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등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미국 방문이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

마침 지난 10일 워싱턴DC를 찾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이날 출국, 공항에서 두 사람의 출입국이 교차했다.

양 원장은 14일 존 햄리 CSIS 회장과 만찬을 하고 민주연구원과 CSIS 두 기관의 교류 협력 및 정책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5일에는 CSIS 인사 등과 함께 조찬 미팅을 한 뒤 귀국한다.

양 원장은 이날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메시지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주연구원장이 무슨 정치적 메시지 가지고 오면 바람직한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지금 한미관계는 특별히 불편하거나 꼬여있거나 현안은 없고 주로 한일관계 문제인데, 그런 문제는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하되), 그런데 당은 기조가 좀 달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훨씬 더 청와대나 정부의 조심스러움보다는 국민들의 여론에 맞게 조금 더 다른 기조를 택할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한미, 한일, 북미 관계 관련 미국 측에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공직을 맡고 있는 게 아니고 당의 싱크탱크 책임자로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갖고 온 입장도 아니며, 그런 것을 전달할 위치도 아니다.

그런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싱크탱크 수장으로서 한미관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을 전달할 수는 있어도 공적으로나 정치적인 메시지는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양 원장은 일본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일정이 안 나왔고 나오더라도 지금은 피차가 좀 부담스럽다"며 "일본 쪽은 공공사이드에 있는 싱크탱크들이라 저도 부담스럽다"고 미루는 태도를 취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는 김(현종) 차장이 잘 알죠"라고만 했다.

양 원장은 해외 싱크탱크들과 정책 네트워크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우리 당이 집권당으로서 훨씬 더 무겁고 멀리 보는 정책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정책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관계나 동북아·남북 관계에 있어 기본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축으로 가야 하는데, CSIS가 국제질서나 국제정치 쪽에서 상당히 축적된 연구성과가 많은 곳이어서 이번에 햄리 회장하고 만나 보다 긴밀하게 양 기관이 함께 정책협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두 기관의 정책협약 관련 내용이 주요 논의 사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미 기간 미 의회 및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남 계획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일정이 길지 않아 따로 그럴 만한 시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햄리 회장이 '한일 관계에 있어 양국이 모두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만큼, 불편한 얘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질의에 "햄리 회장도 그동안 한미 관계에 대해 굉장히 관심 있게 천착해왔던 분이니 본인도 솔직하게 얘기해줄 수 있을 것이고, 저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미 관계는 오래된 친구니까 한미관계에 관련된 얘기들은 서로 솔직하고 편하게 하는 게 진솔하고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방미 양정철, 한일갈등 대응 "당은 靑·정부와 기조 달라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