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보고서 진단…올해 성장률 작년보다 0.6%p 낮은 1.3% 전망
통상마찰·노딜 브렉시트·일부국 국가채무 등이 주요 리스크
IMF "유로존 경기부진 장기화"…완화정책 연장·추가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의 경제성장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IMF는 11일(현지시간) 발간한 유로존 연례보고서에서 통상마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가채무를 거론하며 "경제 전망에 심각한 하방압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같은 통화정책의 규율을 받는 유럽 19개 국가를 말한다.

IMF는 "중대한 충격이 없더라도 유로존에는 경제 성장세와 물가 상승이 빈약한 시대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9%보다 무려 0.6%포인트 낮은 1.3%로 제시됐다.

IMF는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1.6%로 올라갔다가 2021년 1.5%, 2022년 1.4%, 2023년 1.4%, 2024년 1.3%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IMF보다 낮은 1.2%로 제시한 바 있다.

IMF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도 올해 1.3%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 정도에 크게 미달할 것이며 그런 상황은 2022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ECB와 기본적으로 같은 전망이다.

IMF는 "물가 상승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필요하다"고 밝혔다.

ECB는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를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하기로 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 전망이 더 악화할 경우에 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로존에 널리 배포될 수 있는 추가적인 완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 "유로존 경기부진 장기화"…완화정책 연장·추가 권고
이날 유로존 경기 부진 전망의 근거로는 통상갈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일부 회원국의 심각한 국가채무가 제시됐다.

IMF는 먼저 "통상마찰이 장기화하거나 고조되면 수출과 투자의 근간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철강·알루미늄을 둘러싸고 미국과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자동차, 농산물에 대한 고율 관세, 다국적 IT기업 법인세(디지털세)에 대한 보복도 검토하고 있다.

IMF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의 리스크도 심각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단기적 혼란이 초래되고 장기적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와의 향후 관계에 대한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사태를 말한다.

영국이 EU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으로 일괄 적용되던 교역 상대국들과의 관계가 백지화해 통상여건이 급변할 수 있다.

IMF는 "국가채무가 많은 국가가 충격에 취약한 상황에 몰렸다"는 점을 다른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국가채무와 관련해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권은 심각한 정부 부채에도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면서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IMF는 "국가의 여건에 맞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채무가 많은 국가는 재정정책 여력을 재건해야 하며 여력이 있는 국가는 기간시설, 혁신, 교육 등 경제성장을 잠재적으로 끌어올리는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