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에 대해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일간 마찰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군사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 인근 해상을 항행하는 민간선박을 보호하는 동맹국 군을 결성하자며 일본에 협력을 타진하고 나섰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 등과 관련 문제를 협의했으며 조만간 세부 사항을 조율키로 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몇 주 이내에 어떤 국가가 이런 구상을 지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의 구체적 요청을 파악하면서 참가 여부 및 참가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적 문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일본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지난해 88%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8.6%로 가장 높았고 아랍에미리트(25.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란산 원유 의존 비율은 4.3%였다.

일본선주협회에 따르면 중동 원유 수송의 ‘목줄’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회원사 선박이 연간 총 1700여 척에 달하며 이 중 500여 척이 유조선이다. 미국과 이란 간 분쟁 등으로 긴장이 높아진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해 해운사들은 위험 해역을 전속력으로 통과하거나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이란을 방문한 기간에 일본 해운사 소유 유조선이 오만해에서 공격받은 적도 있다.

일본이 선박 보호 병력을 파견할 경우 △안보법에 근거한 집단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 또는 후방 지원 △자위대법에서의 해상경비 행동 △해적 대처법에 의한 자위대 파견 △특별조치법 제정 등의 틀 안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 부(副)장관은 일본의 연합체 참여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밀접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해상 호위 협력을 아직까지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도 미국의 구상에 대해 알고 있고 관련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