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동성에 기대온 중국의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돈줄’ 역할을 해온 중국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건설업과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대출을 통해 경제 성장동력을 제공해온 중국 은행권의 자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피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2%에서 2021년 5.8%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는 기업뿐 아니라 은행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그동안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나 손실이 나는 정부 프로젝트 등에 대출해준 탓에 부채가 막대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에 민간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레이스 우 피치 중국 은행사업 부문 선임 헤드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은행들의 실적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본 적정성 수준만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규제당국이 은행들에 자본 준비금을 더 쌓도록 요구한 이후 중국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대규모 대출을 지원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에 따른 파장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수년간 중국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12~13%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대출 증가율이 크게 꺾일 것이라고 피치는 내다봤다. 은행권이 버팀목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