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완전한 제거' 재확인으로 목표 하향조정 관측은 불식 시도
'동결→WMD 제거' 로드맵 확인…스몰딜 넘어 로드맵 합의도출 여부 주목
협상 앞둔 美, '동결 입구론' 공식화…단계적 접근 구체화하나
미국은 9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 '동결'은 전체 과정의 시작점(the beginning of the process)에서 보고 싶은 것이며 최종 목표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의 결실로 이달 중순께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협상을 앞두고 '동결'을 입구로 하고 'WMD의 완전한 제거'를 출구로 하는 로드맵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에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핵 동결론' 보도를 시작으로 미국이 협상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돼온 가운데 'WMD의 완전한 제거'라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며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이 프로세스의 입구라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 주목된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이래 견지해온 일괄타결식 '빅딜론'에서 한발 물러나 동결을 입구로 하는 '단계적 접근' 쪽으로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거론한 바 있는 '유연한 접근'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은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WMD의 완전한 폐기'로 이어지는 전체 로드맵의 입구와 최종 종착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북한을 향해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한 차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비핵화와 이에 따른 체제 안전보장 및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들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체 로드맵 안에서 단계별 조합의 얼개를 짜나가는 밑그림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이 비핵화의 입구로 설정한 '동결'과 그에 따른 초기 상응 조치 간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 북미 협상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인적 교류 확대,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초기 상응 조치 카드들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강하게 요구해온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에 있어 미국 측이 전향적 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을 끈다.

이에 더해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이유가 '영변 +α'의 범위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결에 대한 논의를 넘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려졌던 '영변+α'에 대한 폐기 문제도 실무협상에서 논의가 진전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결국 북미 실무협상의 관건은 동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스몰딜'에 그칠지, 아니면 그 이상을 넘어서서 전체 로드맵에 대한 합의 도출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몰딜' 단계에서 멈춘 채 추가 진전의 속도를 높이지 못할 경우 동결 논의의 문턱을 크게 넘지 못했던 과거 북미협상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미 조야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목표를 'WMD의 완전한 제거'로 고정시킴으로써 '비핵화 후퇴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면서도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일단 스몰딜을 통해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앞서 NYT 보도로 촉발된 '핵 동결론'은 미국이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낮추고 불완전한 합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미 언론에서 표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